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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 리딩노트

사고의 본질: 인간 지성의 연료, 유추와 범주화

by Cannon 2025. 9. 3.

『사고의 본질』은 인지과학과 컴퓨터과학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인간 사고의 핵심 메커니즘을 탐구한 인문학적 통찰서이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는 30년 이상 사고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며, 인간 지성의 원천이자 불길인 유추(Analogy)와 이를 바탕으로 한 범주화(Categorization)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고의 기본 도구로서의 유추와 범주화

 

책은 유추와 범주화를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정신 활동의 모든 층위에서 필수적으로 작동하는 기본적 사고 도구로 설명한다. 유추란 새로운 상황을 기존 경험과 연결하여 이해하는 과정이며, 범주화는 이러한 연결을 통해 머릿속 정보를 조직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일상적 판단부터 예술적 창조, 과학적 발견까지 모든 사고 과정에 스며 있다.

 

인간 사고의 근본적 메카니즘

 

저자들은 책의 처음부터 작은 사례에서 출발한다.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언어, 예를 들어 “바나나를 발가벗겼어” 혹은 “담배가 녹고 있어” 같은 표현에서 유추 작용을 관찰하며, 성인의 사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어린아이의 단어 선택은 미숙해 보이지만, 이는 단지 추상화 수준이 낮을 뿐, 인간 사고의 근본적 메커니즘인 유추와 범주화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유추와 범주화의 전문적, 사회적 확장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들은 유추와 범주화를 전문가 사고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까지 확장하여 설명한다. 전문가란 단순히 많은 범주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추상화 층위에서 유용한 범주화를 수행하고, 맥락에 따라 한 범주에서 다른 범주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인간은 과거 경험과 익숙한 범주를 기반으로 사고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고 선택적 판단을 내린다. 이는 유추와 범주화가 무질서한 사고 과정이 아니라, 매우 정교하고 계량적인 선택과정임을 보여준다. 사실, 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데이터 처리 방식 또한 인간의 유추와 범주화 과정을 모방하여 설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사고의 과학적·합리적 구조가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바른 유추와 범주화의 사회적·개인적 중요성

『사고의 본질』을 통해 우리는 유추와 범주화를 훈련하는 일이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올바른 유추와 범주화는 단순한 지적 활동을 넘어, 비합리적 사고, 비이성적 판단, 포스트모더니즘적 혼돈, 포퓰리즘, 극단적 정치 성향, 음모론적 사고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특히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유추는 더욱 중요하다. 타인의 경험과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관이나 기분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근거와 경험, 학습에 기반한 합리적·과학적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유추와 범주화는 인간에게 주어진 독점적 능력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시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고를 창출하며, 협력과 공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유추와 범주화가 단순한 사고의 도구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 지성과 사회적 책임을 연결하는 핵심 능력임을 강조한다. 이를 훈련하고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인간 사고의 독창성과 사회적 협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